민들레 바다의 여우
민들레 바다의 여우・제5권
여우의 조건을 받아들인 그는, 사라지던 모든 사냥감이 결국 다다르는, 민들레가 춤추는 끝없는 들에 이르렀습니다. 사냥꾼과 여우, 민들레 바다 속의 이야기, 제5권.
어디인지도 모르는, 사방이 끝이 안 보이는 민들레 바다에서, 바람이 불면 민들레가 가볍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알았습니다.
「사냥할 때 쫓다 보면 사라지던 여우들은, 원래 여기에 숨었구나.」
나는 생각했습니다.
「정말 예쁜 좋은 곳이네.」
하지만 아기 여우에게 통용어를 가르칠 때면 마음속이 늘 텅 빈 것 같고, 안에 바람이 부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와 말할 때 호수 속 보석 같은 그 눈을 보면, 다시는 이야기할 수 없는, 오래전 좋아했던 소녀와 말하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아기 여우와 함께 있을 때는, 좋아하던 사람에게 아이가 생긴 기분입니다. 즐겁게 지내면서도 어딘가 슬펐습니다.
그러나——여우가 약속하기를, 여기 머물러 아이에게 통용어를 가르치면,
「그때, 여우의 변화 마술을 드리겠어요.」
——그녀가 장엄히 약속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의욕이 넘쳤습니다.
마술을 배우면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겠지,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까? 물고기가 되어 가 본 적 없는 머스크 암초까지 헤엄칠 수도 있겠지.
「아아, 사냥에도 쓸 수 있겠어,」 나는 참지 못하고 생각했습니다. 「고기 없는 무 스튜는 이제 그만.」
산들바람에 출렁이는 민들레 바다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아기 여우가 유난히 빨리 배웠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말뿐 아니라 셈하기, 무 심는 법, 창유리 가는 법, 작은 칼 가는 비결까지 한꺼번에 가르쳤습니다.
쉴 때는 한담을 나누었습니다.
「왜 사람 말을 배우려 하니?」
그는 재빨리 말했습니다.
「사람이 된 다음에. 사람과 친구가 되려고요.」
나는 이어서 물었습니다.
「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니?」
그는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