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모험가 로알드의 일지・고운각
저명한 모험가 로알드가 우연히 남긴 일지. 종이면이 축축하여 조수에 잠겼던 듯하다.
——고운각——
작은 섬 몇 곳의 츄츄족 시선을 피하고, 순풍에 고운각에 도착했다. 상륙한 곳에서 거대한 육각 석주가 눈부신 햇빛을 막아 주었고, 석주 그늘은 유독 서늘했다. 천 년 동안 마물 잔해가 자양분이 된 덕분인지, 해변 게가 통통하고 구워 먹으니 맛이 아주 좋았다.
오늘의 화창한 풍경만 보면, 이곳이 한때 바위 신과 바다 마가 혈투한 전장이었다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 옛날의 피물은 이미 청남색 바다에 녹아 흔적도 없다. 한 사람이 흘린 피 한 방울과, 무수한 영웅의 피가 모인 홍수가 광활한 바다 앞에서는 다를 바 없을지도. 영원히 흐르는 바람과 해류는 먼지를 씻어, 모든 것이 예전과 같아질 때까지.
전설에 바위 신은 바위를 깎아 창을 만들고, 거창을 이 해역에 던져 심해에서 난동을 부리던 마신을 찔렀다고 한다. 거창은 세월과 함께 풍화되어 지금의 경관이 되었다.
늦은 뒤 대륙으로 돌아와 야영했다. 여기서 항구를 떠나는 선박을 멀리 볼 수 있다. 멀리 「남십자」 선대가 호호탕탕 돛을 올리고 먼 항해를 떠난다. 전설의 북두 대인께서 또 칠성 상회의 무슨 임무를 수행하시려나?
밤잠이 불안했다. 꿈은 늘 어둡고 축축했다. 나는 마치 바위 신에게 찔려 해저에 박힌 마괴가 되어, 퍼덕이며 견고한 암창을 긁고 발버둥 치는 듯했다. 동작마다 극심한 고통과 증오가 따랐다…
고운각은 밤을 새우기 좋은 곳이 아닌 것 같다. 모닥불을 피우고 날이 밝으면 출발하련다. 다음엔 리월항으로 돌아가 정비한 뒤 절운간으로 가려 한다. 지난 방선 여행은 성과 없이 끝났으니, 이번엔 경운정을 올라가 운을 시험해 보련다.
주: 일지를 또 잃어버리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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