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심주
연심주・제2권
쯔신은 구슬 끈을 돌려준 청년의 이름도 모른 채 그가 멀리 가 버렸다. 그를 찾기 위해 장 할머니가 쯔신에게 묘책을 내놓는데…
—제2막·군을 찾는 글—
생: 판제 단: 쯔신 파추: 장 할머니 추: 장삼, 이사, 왕이마
【제1장】
(쯔신, 장 할머니 등장)
(백)
쯔신: 요사이 우울하여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소.
쯔신: 지난번에 선한 일을 하려던 장사를 그르친 탓이라오.
쯔신: 그는 구슬 끈을 돌려주려 했을 뿐인데, 나는 사례도 이름도 묻지 않고 도리어 호되게 꾸짖었소.
쯔신: 참으로 부끄러워 은인을 찾고 싶으나, 이 넓은 항구에서 어찌 그 사람을 찾으리오.
장 할머니: 이 노파 보기엔, 아가씨도 슬퍼할 것 없고 괴로워할 것 없소.
쯔신: 아, 장 어머니, 그 말씀은 어찌 된 것이옵니까?
장 할머니: 벽보 한 장만 붙여, 구슬 끈을 돌려준 이를 찾으니 모라를 드린다 하면, 그가 오지 않겠소?
(단청 원장)
쯔신: 세상 말에—
쯔신: 맑은 술이 사람 얼굴을 붉히듯, 재물은 크게 마음을 움직인다 하였지.
(쯔신, 고개 숙이고 서성임)
쯔신: 이 계책으로 은인을 찾고 싶으나, 그가 그 때문에 모습을 드러낼까 또한 걱정이네.
(백)
장 할머니: 됐소, 망설이지 말고 그렇게 하구려.
장 할머니: 이 노파를 믿으면 손해 볼 일 없소.
(쯔신, 장 할머니 퇴장)
【제2장】
(장삼, 이사, 왕이마 등장)
(수장)
장삼: 나 장삼.
이사: 나 이사.
왕이마: 나 왕이마.
장삼: 그 벽보 보고 보수 받으러 왔지.
이사: 손님들이 물으시겠군, 선한 일을 한 게 정말 나냐고?
왕이마: 헤, 바보여야 참말을 하지.
(백)
장삼: 이봐 형님들, 다들 쯔신 아가씨네 가서 공 세우러 가는 거지?
이사: 그렇지.
왕이마: 바로 그거야.
이사: 너도 쯔신 아가씨 머리 꽃을 주웠어?
왕이마: 난 벽보에 귀고리 한 쌍이라 적혀 있던데?
이사: 헛소리, 머리 꽃이야.
장삼: 멍청아, 향고지.
왕이마: 됐어 됐어, 우리가 주웠든 안 주웠든 속이야 알 거 아냐.
장삼: 아하하하하.
이사: 아하하하하.
(장삼, 이사, 왕이마, 쯔신을 향해)
장삼: 쯔신 아가씨, 당신 향고 주운 건 나 장삼이오. 보수 준비됐소?
이사: 비켜, 전에 머리 꽃 돌려준 건 나 이사요. 보수는 내 몫이오.
왕이마: 닥쳐 닥쳐, 귀고리 돌려준 건 나 왕이마요 아가씨, 보수는 내 것이오.
쯔신: 이, 이거… 참으로 어지럽구나.
쯔신: 여러분을 본 적도 없거니와, 내가 정말 귀고리·향고·머리 꽃을 잃었다면 어찌 내가 모르겠소?
장삼: 생선 팔다 바쁜 김에 기억이 안 나는 거겠지. 망설이지 말고 그냥 주면 틀리지 않아.
이사: 모라나 줘, 빨리.
왕이마: 안 주면 가판 부수고 네 이름 더럽혀 주마.
쯔신: 아이고, 어디서 이런 망나니 무리들이 생겼단 말이오.
쯔신: 장 어머니, 참 좋은 수를 내주셨군요.
장 할머니: 아가씨 급해 마시오. 내가 다시 수를 써서 쫓아 버리리다.
장 할머니: 어이!
(장삼, 이사, 왕이마 일제히 주저앉음)
장 할머니: 이 노파가 아가씨에게 붙이라 한 건 가짜 현상금, 너희 같은 도둑놈을 잡으려는 것이오!
장 할머니: 너희가 돌려준 건 전부 가짜요. 어서 쯔신 아가씨의 머리 꽃, 귀고리, 향고를 내놓으시오.
장 할머니: 그렇지 않으면…
장삼: 그러면 어쩔 건데?
장 할머니: 그 귀한 유리백합을 눌러 말린 머리 꽃, 상등 야박석으로 만든 귀고리, 외국에서 실어 온 향고…
장 할머니: 모조리 너희가 물어내야지. 모라는? 내놔, 내놔!
(장 할머니, 비로 장삼·이사·왕이마를 쫓아 때림)
장삼: 어이쿠.
이사: 때리지 마, 모라 안 받을게!
왕이마: 빨리 그 물건 주운 진짜를 데려와 빚 갚게 해!
【제3장】
(장삼, 판제를 데리고 등장)
(백)
장삼: 내가 알아냈다. 네가 아가씨 물건을 훔쳐 우리 형제가 두들겨 맞았다고.
판제: 나 판제는 바르게 살고 앉았으며 도둑질 따위 하지 않소.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시오.
장삼: 입 센 녀석이군. 실주인 앞에서 대면할 자신 있냐?
판제: 무서울 것 없소. 가자, 누가 나를 모함하는지 알고 싶소.
(장삼, 판제, 쯔신을 향해)
장삼: 물건 잃은 이가 바로 이 쯔신 아가씨 아니오? 어떻게 변명할지 보겠소.
판제: 좋소! 너였구나!
(동탕 연강)
판제: 이 여인의 말이 거칠더니, 순간 분이 치밀어 기운이 솟네.
(동탕 쾌장)
판제: 요망한 여인아 속임수 그만두라, 나 판제는 부두의 일꾼이다.
판제: 몸가짐 바르고 부귀를 가볍게 여기니, 어찌 여인의 치장을 훔치리오.
판제: 단심이 도리어 힐난을 받으니, 구슬 돌려준 일을 후회하노라.
(백)
쯔신: 원래 이 장사의 성함이 판제였구나.
쯔신: 이제 또 까닭 없이 연루되었으니, 내 잘못이로다.
쯔신: 그에게 사과하리. 받지 않더라도 세 번 사죄하리라.
(쯔신, 앞으로 나가 판제에게 사과)
쯔신: 아, 장사, 지난일은 모두 오해였고, 사실 따로…
(판제, 고개 돌림)
판제: 흥.
(쯔신, 가볍게 웃고 다시 앞으로)
쯔신: 사실 사정이 따로 있었소.
쯔신: 장사께서 성명도 남기지 않고 가 버리시니, 보답하고 싶어도 찾을 길이 없었소.
쯔신: 부득이 이런 하책을 써서 이 많은 근심을 부른 것은 내 잘못이오.
쯔신: 이 쯔신이 장사께 사과드리오.
판제: 오?
(동탕 요장)
판제: 억울함을 쓰니 노여움이 일었으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헤아리니 한바탕 오해로다.
판제: 원한과 분한 낯을 거두고, 입을 열려 하나 말이 굳네.
(백)
판제: 에헴, 묻겠소.
판제: 방금 지난일은 오해라 하셨소.
판제: 구슬 끈을 주운 이를 찾으려 벽보를 붙였다가, 우연한 착오로 나를 그르친 것이오?
쯔신: 그렇소. 다시 장사께 사과드리오.
(판제, 쯔신을 부축)
판제: 아가씨 과례 마시오. 소인이 송구하오.
판제: 도리어 내가 거칠어 아가씨를 난처하게 했으니, 내가 사과해야 하오.
쯔신: 장사 무슨 말씀을…
(판제, 예)
장삼: 헤?! 너희 왜 절을 하고 있어. 모라는 줄 거야 말 거야?
장 할머니: 닥쳐라.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데 네 따위가 끼일 자리냐?
장 할머니: 무대 아래 어르신 나리, 부인 아가씨들, 여기 오신 건 운근의 연극을 보려 함이지, 네 허튼소리 들으려 함이 아니오.
장 할머니: 눈치 좀 채고 옆으로 비키거라.
(장 할머니, 장삼을 끌고 퇴장)
쯔신: 말하자면, 나는 날마다 이 가판 앞에서 생선을 파는데, 어찌 장사를 본 적이 없나이까?
판제: 나는 날마다 이 거리를 지나 일터로 가오.
판제: 사람이 많아 서로 못 본 것이겠지. 내일은 인연이…
쯔신: 그렇다면… 내일을 기다리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