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운 기문
절운 기문・해신궁
리월에서 전해 내려오는 여러 기괴한 전설 전집. 짧지만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알찬 일화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대부분은 민간을 소재로 한다. 본편은 먼 고대 전설의 허구 일화에 관한 것이다.
——해신궁——
혼례를 맞이하는 날이 되었다.
위엄 있는 해신이 차거 한가운데에 단정히 앉아, 두 마리 이수의 고삐를 쥐고 있었다——웅장한 수레채 앞에서, 이수는 저마다 천형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거대했다. 그는 장로들이 바친 진주를 받고, 작은 신부를 차거에 맞아들였다. 마을이 바다의 마신에게서 받은 혼수는 한 해 동안의 바람 잔잔함이었다.
축제 인파와 홀로 남은 어머니에게서 멀리 떠나, 해신은 신부를 이끌고 파도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거대 고래의 뼈로 된 긴 기둥 회랑을 지나, 자패와 진주로 장식된 궁문을 넘어, 어린 소녀는 바다의 마신이 마련한 침궁에 이르렀다.
「나는 본디 범인의 소란에 끼일 뜻이 없었노라.」 해신이 잔물결 같은 목소리로 신부를 달랬다.
「이곳은 많은 소녀의 새 집이요, 그들이 일생을 마치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쫓겨난 소녀들에게 바다는 피난처이며, 잠자리를 어지럽히지 않는 영원한 고향이다.」
그러나 소녀는 진주와 소라로 꾸민 새 집을 원하지 않았다. 인광이 반짝이는 심해와 그 속에 숨은 생물들은 그녀에게 두려움뿐이었다. 해 뜨고 지는 일 없는 바다 침궁에서 날이 갈수록, 향수는 소녀를 더욱 야위게 했다.
끝내 어느 날 바다의 마신이 소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 선택에 실망했으나, 그래도 결정을 허락했다.
「불완전한 인간 세상에서 살다 보면, 언젠가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해신이 허리에서 법라를 풀어 소녀에게 주었다.
「언젠가 너는 이것을 불 것이고, 그때 이 곳으로 돌아오리라.」
소녀는 법라를 지니고 육지로 돌아갔다. 그 뒤 여러 해 동안 그녀도 어머니가 되었다. 평온한 삶 속에서 해궁은 유년의 옛 꿈처럼 느껴졌고, 인광과 기이한 해괴들이 이따금 기억 속으로 스며들 뿐이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흘렀다… 다시 한 해의 혼례 축제 날, 장로가 마을 사람을 이끌고 딸을 품에서 데려갔을 때에야, 그녀는 해신의 권고를 이해했다.
그리하여 혼례 전날 밤, 어머니는 법라를 불었다.
해신은 약속대로 파도 속에서 떠올라, 거대한 파도로 마을을 휩쓸었고, 장로와 마을 사람들은 잠에서 미처 깨기도 전에 망망대해에 삼켜졌다. 거대한 이수가 진주 빛이 반짝이는 차거를 끌며, 산처럼 어머니 앞에 멈췄다.
어릴 때처럼, 어머니는 딸의 손을 잡고 바다의 마신의 차거에 올라, 해면 아래로 사라진 마을을 떠났다.
…